입문

어렸을 때 부터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다루는 것에 관심이 많아 게임 데이터 에디터 툴이나 안드로이드 OS쿠킹롬을 입혀 사용해 보는 등 여러가지를 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바로 더 나아가지는 않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진학의 방향성을 잡는 고등학교 입시 시기 때 이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무언가 더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게 되어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공부한게 많지 않아 비록 아는 것은 없었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는 확고했고, 이것이 전달되었는지는 본인이 알 수 없지만 극적으로 합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난관 속에서 찾은 방향성

중학교, 혹은 더 어린 시절부터 열심히 해 온 친구들도 있는 시점에서 베이스가 부족했던 저는 평탄하게 시작하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고 코드 타이핑을 해 보아도 어떤 식으로 짜야 하는지 확신도 내리지 못 하는 상태였고 이것이 일부 반복되다 보니 금방 자신감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잘 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걸 만들려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잘 해질 수 있지 않을까?

확신을 갖게 된 계기

제가 무얼 좋아했었는지 고민을 해 본 결과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매니아처럼 다양한 분야를 해 보진 않았지만 저는 친구들과 게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을 개발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을 끝마친 이후 게임 개발 전문 동아리 (당시 학교에는 크게 앱, 웹, 게임 분야 개발에 대해 탐구하는 전문 동아리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Zer0pen에 입부하게 되었습니다.

2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수업을 해 주고, 게임 개발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들을 거쳐 중요한 방학 프로젝트 시기가 되었습니다. 1학년 개발자 1명, 디자이너1명이 팀을 이루어 방학 기간 동안 결과물을 만드는 동아리의 전통이었습니다.

만들고 싶은 기능에 대해 구현하기 위해 집중하니 시간은 금방 흘렀고 이 때 처음으로 완성된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을 쌓았습니다. 만든 것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까지 더해지니 발표 때도 매우 자신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동아리 활동이나 수업 등 여러 가지를 매우 열심히 참여했지만 하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라는 허술한 기대와는 달리 크게 진전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조급하지 않았습니다.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해 확고했고, 지금 이걸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약간이나마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아니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이때부터는 “개발은 즐겁다” 라는 제 진심을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시야를 넓혀야 하는 이유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이후로는 여러 학내외 활동이나 대회를 가리지 않고 참가한 것 같습니다. 해커톤같은 활동에서는 개발뿐만이 아니라 기획도 해보고 팀장 역할도 해 보면서 역시 이 모든 것들은 즐겁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아리에서는 단순히 가르침을 받는 부원뿐만이 아니라 내가 즐겁게 했던 흐름을 주도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결국 연말 동아리 임원 선거에서 당선되어 동아리 부장이 되었습니다.

동아리를 운영하고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 맡겨진 책임이자 도전이었습니다. 후배들을 가르치기 위한 커리큘럼을 논의한다거나, 활동에 있어 어떤 경험들이 본인을 포함한 모두에게 있어 이득이 될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과정들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는 의욕이 넘치다 못해 흐를 정도였지만, 막상 수업을 하게 되거나 할 때 참여자들이 잘 따라오지 못하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이후 현업 개발자가 된 이후 리더를 하게 되는 날까지는 가능하더라도 먼 미래겠지만 리더로서의 첫 실패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 더 지난 뒤 깨닫게 된 것이지만 사실 단순한 부분입니다. 당장 1년도 아닌 얼마 전까지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 이 길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들을 품었던 제가 반대로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해서, 조금 실력에 진전이 있었다고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부원들에게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